[광해] 그는 폭군인가, 진짜 조선의 왕인가

2022. 11. 22. 13:01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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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

 

조신시대 유일한 외교정책을 펼친 임금 

광해군은 조선 후기 제15대 왕으로 재위 기간은 1608 ~ 1623년입니다. 광해군은 왕이 될 수 없는 신분이었다고 합니다.

선조의 왕비가 아이를 낳지 못한 상황에서 임진왜란이 일어났고 왕이 피난을 가면서 서둘러 광해군을 세자로 책봉하였습니다.  광해군은 분조로서 왕권을 나누어 수행하였는데 전쟁 속 위기 상황을 잘 다스렸고 이를 인정받으며 왕위까지 오르게 됩니다. 이후 새 왕비 인목왕후가 적자 영창대군을 낳았고, 광해군은 계속해서 나라의 이익을 위해 명나라와 후금 사이에서 중립외교를 펼칩니다. 그러나 이런 외교에 반대하는 세력들과 임진왜란 때 도움을 주었던 명나라에서 불만을 표현하기 시작합니다. 광해군이 왕비에게서 태어난 적법한 계승자가 아닌 것을 문제 삼으며 광해군의 친형인 임해군으로 임금을 바꿔야 한다며 요구하는 등 선을 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영창대군 편 신하들도 합세하여 광해군을 비난합니다. 왕권이 흔들리기 시작하자 광해군은 왕위를 지키기 위해 반대세력을 제거합니다. 친형인 임해군과 이복동생 영창대군을 유배 보내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고 인목대비마저 폐위하여 서궁에 가두어 버립니다. 이와 같은 일이 명분이 되어 인조반정이 일어나게 됩니다. 인조와 서인 세력이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광해군이 시행한 정책을 비난하고 폐륜적 혼군, 폭군이라는 오명을 씌웠다고 합니다. 폭군이 되었을지언정 광해군 때 행한 대동법과 중립외교는 백성을 위하는 훌륭한 정책이었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진짜 왕이 되어보겠는가

왕위를 둘러싼 권력 다툼에 혼란스러운 광해군 8년 끊임없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에 대한 분노와 두려움으로 점점 난폭해져가던 왕 광해(이병헌)는 도승지 허균(류승룡)에게 자신을 대신하여 위협에 노출될 대역을 찾을 것을 지시합니다. 허균은 기방의 취객들 사이에서 만담을 하는 하선(이병헌)을 발견합니다. 왕과 똑같은 외모, 타고난 말솜씨와 흉내까지 똑같이 내는 하선은 그 길로 왕의 대역을 하게 됩니다. 허균의 지시하에 걸음걸이, 말투 국정을 다스리는 법까지 배운 하선은 왕의 대역이 아닌 점점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하선은 허균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 했으나 대동법이 무엇인지 공부를 하고 자신의 생각으로 백성을 위하는 진짜 왕의 모습으로 변해갑니다. 중전(한효주)의 오라비인 유정호는 역모죄로 잡혀 고문 당하고 있었는데 이는 유정호를 역모로 엮어 중전까지 폐하려는 반대 세력의 계획이었습니다. 유정호는 폭군으로 변한 광해에게 귀를 열고 들으라고 말한 게 전부라고 했고 하선은 중전과의 약속대로 유정호를 방면합니다. 난폭하고 예민했던 광해와 달리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고 웃음이 많은, 정무에만 힘쓰는 왕을 보는 궁 사람들은 왕이 변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던 중 팥죽으로 가까워진 사월이(심은경)가 왕 대신 독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게 되고 다시 한번 백성을 하늘처럼 섬기는 왕으로 목소리를 냅니다. 이 모습을 보는 허균 또 한 하선을 자신의 임금으로 섬기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하선에게 제안을 합니다. 사월이란 아이의 복수가 하고 싶다면, 백성의 고혈을 빨아먹는 저들을 용서치 못하겠다면, 백성을 하늘처럼 섬기는 왕, 진정 그것이 그대가 꿈꾸는 왕이라면, 그 꿈 내가 이뤄드리겠노라고. 왕이 되고 싶은 하선이었지만 그 또한 자신이 살기 위해 누군가 죽어야 하는 건 싫다며 거절합니다. 광해가 다시 돌아오게 되면서 대역을 했던 하선은 죽을 위기에 처합니다. 이때 도부장(김인권)이 나타나 하선을 구하고 장렬한 죽음을 맞이합니다. 도부장은 하선이 대역인 것을 알았음에도 그를 주군으로 인정하여 자신의 임무를 다한 것입니다. 

 

잊혀지지 않는 장면들

중간중간 코믹한 장면들이 연출되었는데 가장 재밌던 부분은 바로 '매화틀' 장면이 아닐까 합니다. 조선시대 왕들은 용변을 볼 때 매화틀을 사용했는데 매화틀 아래에는 그릇이 놓여 있고 배설물을 통해 왕의 건강 상태를 진단하기 위함이었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중전을 웃게 하기 위에 치아에 김을 붙이고 웃어 보였던 장면, 아침 세숫물을 벌컥벌컥 다 마시는 장면 등 재미와 감동이 잘 어우러진 영화입니다. 가슴을 울리는 명대사도 많이 있었는데 바로 이 대사입니다. 사대의 명분을 저버리고 오랑캐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신하에게 크게 호통을 칩니다. "금에 서신을 보낼 것이오. 명이 두려워 2만의 군사를 파병하였으나 금과는 싸움을 원치 않는다고. 부디 우리 군사를 무사히 조선으로 돌려보내 주길 소원한다고. 임금이라면 백성이 지아비라 부르는 왕이라면 빼앗고 훔치고 빌어먹을지언정 내 그들을 살려야겠소. 그들이 죽고 못 사는 사대의 예보다 내 나라 내 백성이 열 곱절, 백 곱절 더 소중하오." 이 대사를 외칠 때  저는 가슴 한편 이 울컥했습니다. 우리가 진정 바라는 왕의 모습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더 와닿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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