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19. 11:48ㆍ카테고리 없음
보는 즐거움이 있는 라인업
태양의 눈물을 훔칠 계획을 짜는 설계자(김윤석), 전설의 금고털이 펩시(김혜수), 한국 도둑팀의 보스 뽀빠이(이정재), 줄타기와 미인계 전문 예니콜(전지현), 술 없이 못 살고 연기에 능통한 씹던 껌(김해숙), 와이어 컨트롤 잠파노(김수현), 홍콩 도둑팀 강도 첸(임달화), 홍콩 교포 앤드루(오달수) 등 유명한 배우분들이 다수 출현하였습니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눈이 즐거웠다는 평과 함께 천만 관객이라는 흥행을 기록하였습니다. 각자 캐릭터들의 과거 인연부터 현재까지 얽힌 사연, 그들의 개성과 매력이 조금도 겹치지 않고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적당히 잘 표현되었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눈만 즐거운 영화가 아닌 스토리 또한 탄탄하게 잘 짜여있는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홍콩에서 부산 그리고 다시 홍콩
예니콜의 미인계와 씹던 껌의 모녀지간 연기, 잠파노와 뽀빠이의 환상 팀워크로 오랫동안 공들여온 미술관장의 개인 소장 물건을 훔치는데 성공, 하지만 그마저도 예의 주시하고 있던 경찰의 레이더망에 포착됩니다. 그러던 중 마카오 박의 제안을 받아 뽀빠이를 필두로 네 명의 도둑들과 때맞춰 감옥에서 나온 펩시도 홍콩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홍콩 도둑팀 첸, 앤드루, 줄리(줄리는 웨이 홍을 찾기 위해 위장 잠입한 중국 형사), 조니와 함께 태양의 눈물을 훔치는 거대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됩니다. 이들의 공동 목표는 태양의 눈물을 훔치는 것이지만 서로 속으로는 각자 자신만의 다른 계획을 세우기 시작합니다. 겉으로 믿는 척하면서 속고 속이는 재미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드디어 결전의 날 역시나 모든 게 계획대로 되는 듯했지만 마카오 박의 배신으로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고 이 결과로 누군가는 총에 맞거나, 차 사고를 당하고, 경찰에 잡히는 등 처참한 결말을 맞이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우여곡절 끝에 뽀빠이, 예니콜, 앤드루, 펩시 이 네 사람은 다시 한번 마카오 박이 있는 부산으로 향하게 됩니다. 부산에서 마카오 박을 만나지만 이번엔 무시무시한 장물아비 웨이 홍까지 합세하며 이들은 또다시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이 모든 걸 계획한 마카오 박은 웨이 홍과 치열한 접전을 치르게 됩니다. 결국 웨이 홍은 경찰 줄리의 총에 맞아 죽음을 맞이하고 예니콜에게 보석을 받아 혼자 도망가던 뽀빠이는 교통사고가 나게 됩니다. 너무 쉽게 부서지는 다이아몬드를 보며 예니콜에게 속은 것을 알고 분해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진짜 보석은 예니콜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보석을 손에 넣은 예니콜은 그 길로 홍콩으로 떠납니다. 이후에는 보석이 팔리지 않아 호텔비가 많이 밀려있어 오도 가도 못하는 예니콜에게 펩시가 특별한 손님을 모시고 갑니다. 바로 극 초반에 나왔던 미술관장입니다. 그리고 또 한 명 마카오 박도 등장하면서 예니콜의 밀린 호텔비를 내주고 태양의 눈물을 다시 제 손에 넣으며 영화는 비로소 끝나게 됩니다.
그들 또한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
영화가 끝나고 개인적으로는 과거에 훔쳤던 금괴를 모두 갖고 있음에도 부족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욕심에는 끝이 없고 굳이 다시 고생하며 그 먼 곳까지 가고 싶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후에도 잔상에 많이 남은 캐릭터가 있었는데 바로 뽀빠이였습니다. 한 여자를 몰래 짝사랑하는 마음에 동료를 배신했지만 결국 물질적인 돈 앞에서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도 버리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결국 돈도 사랑도 우정도 얻은 게 하나 없는 허탈한 표정을 남기면서 퇴장하는데 어쩌면 우리 인간의 가장 악하고 나약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현실에서는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은 분류의 사람일 것 같습니다. 또 하나 기억에 남은 장면은 도둑질을 하는 도둑들에게도 연민을 느끼게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홍콩에서 펩시와 씹던 껌이 함께 술 마시던 부분입니다. 이번 일만 끝나면 남들처럼 세금 왕창 내고 당당하게 살고 싶다던 씹던 껌의 대사는 이들 또한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걸, 더는 죄를 짓지 않고 살겠다고 하지만 또 한편으론 결국 그 전제는 마지막으로 도둑질을 한 번 더 한다는 것이기에 참으로 씁쓸했습니다. 그리고 펩시와 마카오 박의 성당에서 대화하는 장면도 인상 깊었습니다. 마카오 박의 대사 중 '따지고 보면 도둑질이 세상의 많은 죄 중에 그렇게 중한 죄는 아니지 않나'라고 하는 부분인데 이 부분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가벼운 도둑질은 괜찮다는 건가?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을 훔치는 건데 아무렇지 않나? 하는 의문을 갖게 하지만 결국 이 말을 하는 마카오 박 또한 도둑인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게 되는 대목이었습니다.